1. 들어가며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팩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ENA 채널에서 2022년 6월 29일부터 8월 18일까지 방송되었다. 해당 콘텐츠는 회마다 시청률 기록을 세울 정도로 인기였으며, 최종화에서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17.5%를 기록해 KBS2 일일 드라마 황금가면의 최고 시청률인 17.0%를 꺾기도 했다.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총 31개 언어 자막을 제공한 채 전 세계에 동시 방영되면서. 8월 4일 기준 미국 넷플릭스 톱10에서 6위, 비영어권 톱10 1위를 차지하는 등 그야말로 대박을 낸 드라마였다. 이처럼 <우영우>에 대한 인기몰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영우>가‘페미 드라마’, ’남혐 드라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를 우리 언론은 어떻게 다루었어야할까.
방송 프로그램이 특정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차별 혐오를 주장한다면 많은 시민이 이를 비판할 것이며, 언론은 이 사안에 대해 다루면서 미디어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시민의 논쟁이 드라마의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것이라면 경우는 다르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 속 주장, 사이버렉카라 칭하는 상업적 이익을 몰두하는 유튜버의 발언, 각종 기사에 달린 댓글 등에서 방송내용을 둘러싸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며 근거 없는 주장들이 이어질 때, 언론은 이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2020년 1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아나운서연합회, 한국방송작가협회, 인플루언서경제산업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이 함께 발표한‘혐오표현 반대 미디어 실천 선언’에서는 이런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선언에서는“2010년경 일부 인터넷커뮤니티에 특정 지역과 여성,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이 등장했을 때, 여러 언론이 이를 그대로 전달하여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라며 반성하며 첫 번째로“우리는 평소 혐오표현의 개념과 맥락, 해악을 충분히 인식하고, 다양한 사회현상과 발언 등에 혐오표현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전달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사회현상과 발언 등에 혐오표현이 있다면, 미디어는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야말로 ‘주의 깊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한 것이다.
마땅히 이런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주의깊게 살펴봤어야 했다. 언론은 어떤 콘텐츠가 성평등 가치를 잘 담았다면 인권 감수성이 높은 드라마라고 칭찬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두고‘페미 드라마’라며 폄하할 수는 없다는 관점을 분명히 가졌어야 했다. 쏟아져나온 주장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사실이 아닌 것은 무엇인지도 팩트체크하여 이를 짚어줄 필요도 있다. 최소한 관련 주장이나 댓글을 무분별하게 기사화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글들을 확대 재생산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 있어서 많은 언론이 이런 주장들을 그대로 보도했다.
2. 빅카인즈 제공 주요언론 모니터 결과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모니터를 진행했다. 2022년 8월 5일부터 20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빅데이터 서비스 ‘빅카인즈 ’를 통해서 이른바 우리 사회의 주요언론이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먼저 살펴보았다. 빅카인즈는 54개 주요 언론의 기사를 제공한다. 빅카인즈에서 해당 기간에‘우영우 페미’ 또는 ‘페미니즘’을 검색하면 총 9건의 보도가 나왔다. 분명 많은 보도량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적 보도는 주요 언론에도 있었다.
주요언론 중 가장 먼저 이슈를 내놓은 언론사는 파이낸셜뉴스
주요 언론사 중에서 가장 먼저 해당 이슈를 내놓은 언론사는 파이낸셜뉴스였다. 파이낸셜뉴스는 <“우영우 페미 묻었다” vs “이게 무슨 페미냐” 논란>(8/5) 제목으로 보도했다. 제목에서부터 “페미 묻었다”라는 여성 혐오적 가치판단이 담긴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고, 반론마저 “이게 무슨 페미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보도 리드문도 “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 노동·인권과 관련된 사건이 다뤄지자 일부 남성 네티즌들이 해당 작품에 대해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는 ‘페미(니즘) 드라마’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이게 무슨 페미냐"며 억지성 주장이라는 반박도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드라마에서 ‘여성 노동·인권과 관련된 사건이 다뤄진 것’이 논쟁거리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판단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리드문이었다. 파이낸셜뉴스는 이와 같은 보도가 드라마에 대한 양측의 주장을 골고루 다뤘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지어낸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을 담은 것이니‘팩트’에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보도는 일부의 부적절한 주장을 정당한 담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만 낳을 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빅카인즈 기준으로 다음 보도는 세계일보의 8월 7일과 8일 보도 2건이다. 이들 보도는 파이낸셜뉴스의 보도보다 더 문제적이다. 두 보도 모두 논란을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해서 확대 재생산하는 수준의 보도였다. 세계일보 <“페미니즘 논란 ‘우영우’ 12화…‘故 박원순 헌정 에피소드’ 지적도” 이진호의 주장>(8/7)은 ‘연예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의 주장을 매우 상세하게 담았다. 보도는 이진호의 유튜브 방송의 제목까지 알려주었고, 유튜브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 주장 내용 하나하나를 모두 정리해 알려주는 보도였다. 이런 정리를 하면서 기자는 그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았고, 발언 내용에 대한 반론도 담지 않았고, 팩트체크도 하지 않았다.
매일경제는 팩트를 전달하고, 페미니즘 공격은 간단히 다뤄
그나마 매일경제는 <'우영우'측 "故박원순 모티브 논란? 지나친 해석과 억측">(8/11)에서 제작진이 12회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보도에서는 해당 에피소드의 실제 사건의 변호인단은 16인이었음을 보도하면서 “공동변호인단에는 주변호사인 박주현, 최은순, 김진 변호사를 비롯해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인 최병모, 고영구, 김형태, 정미화, 이유정, 이지선, 이상희, 원민경 변호사 등이 함께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공동변호인단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매일경제도 누리꾼들의 찬반주장이라면서 커뮤니티 주장과 댓글들을 전해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후 매일경제는 <우영우' 종영 잡음에도 중심 잃지 않았던 우영우 성장기>(8/19)에서“인기의 이면인 것인지 '우영우'가 화제를 모으면서 온갖 잡음들이 흘러 나왔다. 어느 순간에는 뚜렷한 근거 없이 '페미가 묻었다'며 공격하기도 하고 'PC(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하다'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 보도는 <우영우>가 여러 논란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 방점이 찍혀있었기에 비교적 좋은 보도라 볼 수 있었다.
한국일보는 우영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가치를 둔 좋은 기사 내놔
한국일보는 <36.5˚C/우영우, 디즈니의 PC함이 반갑다>(8/16)에서“일부 커뮤니티는 드라마 초반부터 이를 두고 ‘작가가 페미다’, ‘PC 묻었다’며 PC한 콘텐츠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비난했다. 끝내는 ‘우영우’가 ‘박원순 헌정 드라마’라는 억지 논란까지 불거졌다. 장애인, 여성 등 소수자 이야기만 나오면 일단 반감부터 보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PC함은 죄가 없다. 리모컨을 돌릴 때마다 남성 간의 권력 다툼, 고부 갈등, 재벌 이야기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최소한의 PC함을 지키려는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건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런 지적이 이번 담론에서 나왔어야 하는 언론의 적절한 시각이었다. 이 점에서 이들 논쟁을 확대재생산하는 시도를 하지 않고, “당신은 최수연인가, 권민우인가. 당신이 우영우라면 어떻게 행동하겠는가”를 묻는 드라마의 가치를 평가한 한국일보의 보도는 매우 돋보였다.
경남도민일보 칼럼 돋보여
한편 경남도민일보의 <우영우 페미니즘>(8/16) 칼럼도 눈에 띈다. 김혜정 젠더N 정책연구소 대표가 집필한 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왜 페미니즘으로 비판받아야 할까? 일부에서는 작가가 페미니스트라고 말한다. 작가가 페미니스트이든 아니든 그것이 왜 문제일까? 우리 사회에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는 때때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될 때가 있다. 페미니즘은 '일베'가 아니다. 일베가 누군가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페미니즘은 타자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민주주의와 같은 하나의 관점이자 인식이다.”라고 분명하게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페미니즘, 페미니스트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판하는 도구나 낙인으로 사용되지 않기를 다시 한번 진심으로 바라본다.”라고 이번 논쟁에 대한 의견을 담았다.
사이버렉카 뻑가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전한 YTN
YTN 라디오 <정면승부/'사이버렉카 유튜버' 뻑가는 우영우와 박원순 전 시장을 어떻게 엮었나>(8/18)에서는 사이버렉카의 선정적인 아이템에 대해 지적하면서 “안티 페미니즘에 관련돼서 보신 분들은 계속 그거를 따라가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새롭게 부각되는 점은 이번에 좌표를 찍었다라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우영우가 인기가 있다 보니까 사전에 이런 커뮤니티나 이런 데다가 이런 키워드를 먼저 뿌리고 그다음에 이제 이 영상이 나올 것을 예고해서 일시에 한꺼번에 안티 페미니즘이나 정치적으로 이제 반대 쪽에 있는 사람들이 몰릴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라는 그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을 만큼, 좀 고약한 알고리즘 이제 이용을 하는 사이버렉카라는 지적이죠”라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의 속성을 이용하는 행태를 지적했다.
언론이 이 사안에 다루려면 최소한 이런 분명한 인권친화적 관점을 갖고 전해야 마땅하다. 사람에게 ‘페미 묻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드라마가 성평등 이슈를 다뤘다고 해서 ‘페미 묻은 드라마’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를 마치 정당하고 합리적인 문제제기인 것인 양 다뤄주고 있는 언론의 보도행태는 적절치 않은 것이다.
우영우 박원순 미화 논란은 빅카인즈 보도에서도 28건이나 나와
빅카인즈 검색 기준으로 같은 기간(8/5~8/13)에 ‘우영우 박원순’을 검색어로 하면 총 28건의 보도가 추출된다. 이들 보도는 ‘페미니즘 논쟁’이라기보다는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어서 이들 보도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생략했다.
그러나 이들 보도 역시 제대로 된 팩트체크를 내놓기보다는 여러 주장을 나열하는 보도들이 많았다. 정작 이 드라마를 통해서 언론이 짚어봐야 할 사안은 드라마 속 실제 내용인 ‘1999년 벌어진 농협 구조조정 사건’을 복기하면서 당시의 여성운동의 의미와 판결에 대한 평가였다. 이 점에서 조선일보 <박원순도 변호했다…우영우 ‘미르생명’편 실화, 농협 판결문 보니>(8/6)는‘박원순 전 시장 미화 논쟁’으로 기사의 초점을 두지 않고, 당시 농협 재판이 어떠했는가에 방점을 찍었으며, 해당 판결에 대한 평가 등을 보도해 돋보였다.
그러나 이 밖의 다른 보도들은 모두 박 시장 미화 논란과 이에 대한 제작진의 반론을 담은 보도였다. 그중에서 중앙일보 <우영우 '미르생명' 알고보니…故박원순이 변호한 사건이었다>(8/8)은 뒤늦은 보도임에도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당시 변호를 맡은 공동변호인단 3명에 박 전 시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드라마 속 류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을 모티브로 한 인물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라고 보도했고, 연탄 한 장, 포스트잇, 텃밭 농사 등의 주장을 전했다. 최소한‘공동변호인단이 16명이며 주변호사가 박주현, 최은순, 김진 변호사였다’는 점 정도는 확인하여 보도했어야 마땅한데, 그저 논란을 그대로 전하는 데 급급했음을 보여준다.
3. 네이버 뉴스검색 서비스 제공 언론보도 모니터 결과
빅카인즈에서 서비스하는 54개 주요 언론사 이외에 유사언론, 스포츠․연예뉴스 등 인터넷언론을 포함해 다양한 언론사로 검색 범위를 확대했을 때 ‘우영우 페미니즘 비판 논란’이 얼마나 등장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이에 네이버 뉴스 검색에서 빅카인즈와 마찬가지로 8월 5일부터 20일까지 기사 제목이나 내용에서 ‘우영우 페미’ 또는 ‘우영우 페미니즘’이 등장하는 기사를 종합하면 36건이다.
네이버에 노출된 보도 중 해당 이슈를 가장 많이 내놓은 언론사는 5건을 보도한 위키트리이다. 위키트리는 관련 보도를 가장 먼저 내놓았지만, 정작 8월 8일 이후 이번 논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의 보도는 내놓지 않았다. 위키트리의 보도는 그저 관련 커뮤니티나 인스타그램 글, 사이버렉카의 방송내용, 피해를 입은 유튜브에 달린 댓글 들을 종합하여 빠르게 전해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이어 톱스타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4건 전했고, 인사이트 3건을 보도했다.
네이버 검색에서 추출된 보도의 내용은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주요언론사 보도와 매우 큰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조금 다른 보도내용이라면 ENA 채널이 인스타그램에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게시물을 올렸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보도하거나, 우영우가 웅앵웅에서 기인했다는 식의 내용 등 보다 다양한 주장이 상세히 제공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긍정적인 보도는 오마이뉴스 <왜곡해석으로 우영우 때린 구독자 100만 사이버렉카>이다. 이 보도는 8월 5일부터 8일까지의 커뮤니티 글, 사이버렉카의 방송, 이에 대한 부적절한 언론행태를 종합하여 본격적으로 비판한 첫 보도였다. 보도는 이번 논란을 단순히 퍼나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주장이 논란 생성을 위한 끼워 맞추기식 주장임을 설명했다. 또한 “수익 창출을 위해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한국 사회 내 갖가지 갈등을 조장하는 뻑가와 같은 사이버렉카들 및 그들의 주장에 동참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폐해를 막고, '온라인 폭력 방지법' 등 그 대안 모색을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주류 언론의 비판적 접근 및 무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출 보도 제목 분석 결과, 확대재생산하는 내용 많아
네이버 노출된 보도의 제목을 별도로 살펴보면 이번 논란이 어떤 식으로 흘렀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우영우 페미니즘 비판 논란’의 경우, 제목에서 이 논쟁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선명하게 구분된다. 이 논란에 대해 분명한 문제 의식을 갖고 접근하는지, 기계적 균형을 맞춰 대립 구도로 다루는지, 그저 커뮤니티나 사이버렉카 등의 의견을 퍼나르는데 집중하는지로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보도 36건 중에서 우영우를 둘러싼 페미니즘 비판을 그대로 받아쓰는 수준의 제목을 단 보도는 19건(53%)이었다. 찬반양론을 제목으로 뽑은 것은 3건(8%), 이번 논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담은 제목은 9건(25%), 판단하기 불가능하거나 전혀 관련 없는 제목은 6건(17%)이었다.
△ <표1> 네이버 뉴스 중 제목이나 내용에‘우영우와 페미니즘(또는 페미)’이
포함된 보도(8/6~8/20) 36건 제목 구분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한편 제목에 ‘페미’ 또는 ‘페미니즘’이 들어간 보도는 19건(53%)이었다. 이중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페미’라는 표현이다.‘페미’라는 표현은 단순한 줄임말이기보다는‘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비하하는 일종의 비하 표현과 비슷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우영우와 페미니즘 관련 보도 중에서 제목에서 페미를 사용한 보도는 11건(31%)이다.(<표3>참조) 이들 제목을 보면 톱스타뉴스의 <페미 묻은 드라마 유튜버 뻑가, 복귀 후 올린 영상이 ‘우영우’ 비난?>(20220807)과 같이 ‘페미 묻은’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보도 제목에서 인용부호도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 위키트리는 “페미로 찍힌”이라는 제목을 사용했으며, ‘페미 논란’이 5회, ‘페미 논쟁’이 1회 사용되었다. 이런 식의 표현은 페미니즘이 ‘묻지 말아야 할’ 또는 ‘찍힐 수밖에 없는’ 것이거나 최소한 논란거리가 되는 것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읽힌다. 따라서 이런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표2> 네이버 뉴스 중 제목이나 내용에‘우영우와 페미니즘(또는 페미)’가 포함된 보도 중
제목에 ‘페미’가 들어있는 보도 (8/5~8/20)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4. 나가며
이번 <우영우>를 둘러싼 ‘페미니즘 비판’은 그간 계속되어왔던 ‘손가락’ 논란, 숏컷‘ 논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커뮤니티 네티즌이나 사이버렉카들의 주장은 그야말로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해명한다고 해서 해소되거나 철회되는 내용이 아니었다. 도리어 드라마 속에 숨어있는 페미니즘의 증거를 찾는 게임은 계속 이어졌다.
이런 경우 언론은 어떤 태도를 취했어야 할까. 최소한 위키트리나 세계일보와 같이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퍼 나르는 행태, 파이낸셜뉴스처럼 이 사안을 논쟁의 거리로 취급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논쟁을 주요한 이슈로 키워주는 행태는 피했어야 했다. 애초에 언론이 이런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부당한 논쟁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상업적 목적으로 이런 내용을 매우 확대재생산하면서 결과적으로 이슈는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오마이뉴스나 연합뉴스처럼 분명한 사실관계를 짚어주어야 하고, 한국일보와 경남도민일보처럼 이 논란이 어째서 부적절한 것인지 관점을 갖고 접근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보도 역시 많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우영우>에 대한 페미니즘 비난’은 언론이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어떤 제스처, 어떤 사람, 어떤 드라마가 ‘페미 묻은 것 같다’는 식의 이야기는 커뮤니티나 유튜브 속에서 계속 발생할 것이다. 언론이 이런 식의 논쟁을 자신들의 클릭수 올리기 아이템으로 생각해서 계속 기사화하고, 이런 기사가 ‘논쟁거리’의 가치를 높여주면, 그 힘으로 사이버렉카는 더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갈 것이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정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주요 언론사라고 칭하는 언론사들이 이런 ‘어뷰징 장사’에 합류하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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