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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이후, 트렌스젠더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했다?

평등법 해외사례 팩트체크 20

미국의 성중립 화장실 설치 이후,

트렌스젠더에 의한 성범죄가 발생했다?

1. 주장

1) <차별금지법의 해외 적용 사례>(2020.6.22. 조영길 변호사), 진평연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단행본)

2015년에 미국 연방대법원이 전격적으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에, 연방법상의 차별금지사유인 ‘성별(sex)’에 대한 의미를 확대 해석하여 ‘성적 지향’이나 ‘성별정체성’ 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2016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국 각급 학교에 내린 성정체성에 따른 학교 화장실 개방 행정명령이다.

논란이 되었던 연방 수정교육법(Education Amendments of 1972)의 Title IX는 “미국에서 어느 누구도 연방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있어서 성별(sex)을 이유로 하여 참여를 배제당하고, 혜택을 거부당하거나 차별을 당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기서 ‘성별(sex)’에 ‘성별정체성(gender identity)’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을 하였다.

그리고는, 이 Title IX 조항에 근거하여, 전국 공립학교에 학생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학교 화장실, 락커룸을 사용하도록 개방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이로 인해 촉발된 미국 학교에서의 화장실 전쟁은 학부모, 여학생 대 트랜스젠더 학생 간의 소송전으로 확대되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이 행정명령이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역에서 소송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뉴욕시와 워싱턴주도 자신이 선택한 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였고 2017년에 미국 워싱턴 DC는 미국 내에서 최초로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다인용화장실(multi-user all-gender restrooms)을 설치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워싱턴 주 등은 2016년에 모든 1인용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변경하도록 하였다. 미 육군은 여군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트렌스젠더 남성 군인과 샤워실, 탈의실을 같이 사용하도록 하는 훈련 지침서를 발간하기도 했었다.

미국 노스캘로라이나주와 같이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한 곳도 있는데, 인권단체와 대기업, 스포츠 단체, 유명 스타들이 항의 시위에 나서면서 화장실 전쟁으로 격화됐다.

한편, 성별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 허용을 악용한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조지아주의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5세 여아를 상대로 한 트렌스젠더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였다. 2020년 3월에 미국 위스콘신주의 고등학교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성중립 화장실이 폐쇄되었다. 지난 2018년 11월에 위스콘신주 드피어시에서는 차별금지조례가 제정되어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된 후 일어난 사건이다.

2) 국민일보 [“차금법 통과하면…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한 남자, 여성 화장실 갈 수 있어”](10.8.)

차금법 제26조는 시설물의 소유·관리자가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해당 시설물의 접근·이용 등에 있어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다. 전(윤성) 변호사는 “공공기관 공원 학교 종교시설 공중화장실 등은 제26조에 언급된 시설물에 해당한다”며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에게 여성 전용시설인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 차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차금법이 입법화된 외국에서 이를 악용한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 조지아주 초등학교에서 여자 화장실 사용을 허락받은 성전환자가 5세 여아를 여자 화장실에서 성추행한 사건, 영국의 교도소에 수감된 남성이 여성임을 주장해 여성 교도소로 이감된 후 네 명의 여성 재소자를 성폭행한 사례 등을 언급했다


▪‘성중립 화장실 논란’ 보도한 한 외신 기사 캡쳐


2. 기존 팩트체크

1) 뉴스앤조이 <진평연 팩트체크③/트랜스젠더가 화장실 가는 게 차별금지법 폐해?>(2020.7.16.)

'여자 화장실 들어간 남자'라는 표현부터 틀렸다. (미국 LGBT 인권 운동가이자 트랜스젠더 당사자인 샬럿 클라이머(Charlotte Clymer)의 일화) 2018년 6월 Cuba Libre 식당을 이용한 클라이머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자 남성 종업원이 뒤따라와 클라이머를 제지하고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식당 직원은 클라이머를 찾기 위해 여자 화장실을 뒤졌으며 클라이머가 나오자 계속해서 신분증을 요구했다. 클라이머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D.C.의 인권법을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D.C. 인권법에 따라 '개개인의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화장실 이용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막무가내였다. 부당하게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클라이머는 경찰을 불렀고, 결국 이 식당은 2019년 1월 벌금 7000달러를 부과받았다.

D.C. 법무장관은 "모든 개인은 자기 자신의 성적 지향에 맞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Cuba Libre도 성소수자들에게 의미 깊은 6월(pride month)에 이런 일이 벌어져 유감이라며 사과했고, 공동대표는 문제를 일으킨 해당 직원을 해고했으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고충을 이해하는 인식 개선 교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남자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고 여자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시각으로 볼 게 아니다.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을, 트랜스젠더들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 차원에서 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트랜스젠더들은 화장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2019년 <IZE>에 기고한 글에서 "2014년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41.1%가 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화장실 이용을 포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미국의 조사에서는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21.5%가 화장실 문제로 공공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누군가에는 너무도 당연한 화장실 이용이 누군가에게는 고심 끝에 도전해야 하거나 결국에는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썼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내놓은 법안에는 공통적으로 상업·공공 시설 및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서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소수자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 설치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도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는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도록 하고 있어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2) 코람데오닷컴 <차금법 옹호하는 ‘뉴조’기사에 대한 팩트체크⑧>(2020.8.2.)

뉴스앤조이는 “국가인권위원회나 장혜영 의원(정의당)이 내놓은 법안에는 공통적으로 상업·공공 시설 및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에서의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성소수자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 설치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것도 강제적인 것은 아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는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도록 하고 있어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도하였다.

뉴스앤조이는 성중립화장실 설치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는 하면서도, 이로 인한 성범죄가 발생할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020년 3월에 미국 위스콘신주의 고등학교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성중립 화장실이 폐쇄되었다. 지난 2018년 11월에 위스콘신주 드피어시에서는 차별금지조례가 제정되어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된 후 일어난 사건이다. 이와 같이 차별금지법은 여성의 안전권과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여성에게 역차별을 야기한다.

성중립화장실 보다 더 큰 문제는 차별금지법에 의해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하게 되는 것이다. 즉,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여성 화장실, 탈의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하게 된다. 미국 조지아주의 초등학교에서는 트랜스젠더에게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허용한 후에, 화장실에서 5세 여아 상대 트랜스젠더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의 모든 화장실에 경찰을 배치하거나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영국 통계청(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 ONS)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2014/2015년 1년간 총 9만9천 609건의 성범죄가 발생, 이 중 성폭행이 3만3천 431건이었는데 전년도와 비교해 33%나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과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차별금지법은 성중립화장실 설치 또는 성별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을 허용하기만 할 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성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아무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3. 다시 쓰는 팩트체크

1) 팩트체크

조지아 주의 초등학교 사건은 성추행이 있다고 보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내렸다.

먼저 조지아 주의 초등학교에서 일어났다는 사건은, 2018년 피해자의 학부모가 자신의 딸이 여성 화장실에서 젠더플루이드(gender-fluid) 학생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미국 교육부 산하 인권청(U.S. Department of Education’s Office for Civil Rights)은 2020년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위와 같은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인권청이 다른 학부모들과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트랜스젠더 학생이 성별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정책에 불안을 보이긴 했으나, 이러한 정책으로 인한 구체적인 사건은 발생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학교 측이 학부모의 문제제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은 미국 인권법 제9장(Titel IX of Civil Rights Act)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위스콘신 주의 성추행은 사실이지만 가해자가 남자 고등학생이고 트랜스젠더가 아니었다.

위스콘신 주에서 일어난 사건은 사실이긴 한다. 다만 이 사건의 가해자는 18세의 남자 고등학생이고 트랜스젠더는 아니었다.

성중립화장실이 성범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몇몇 개별 사례가 아닌 전반적인 통계로 보았을 때 성중립화장실의 설치나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성범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가령 2018년 미국 윌리엄스연구소는 매사추세츠주에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된 이후 화장실 내 범죄율에 변동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법안의 통과 전후로 범죄율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

2015년 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차별금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총 17개 교육구(총 6,000명의 학생 관할)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러한 정책 시행 후 화장실이나 탈의실 등에서 괴롭힘 등 어떠한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공중화장실을 성중립화장실로 설치하고 보편적이지만 이들 국가에서 성범죄가 증가하였다는 연구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 프레임체크

성별분리시설에 침입하는 사람과 트랜스젠더는 구분해야 한다

범죄를 목적으로 화장실 등 성별분리시설에 침입하는 남성과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구분해야 한다. 전자의 행위는 현행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따라 범죄행위이며 이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더라도 변함없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고 화장실 등에서의 성범죄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트랜스젠더가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오히려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화장실을 이용에 있어 법적성별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이용, 어느 쪽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어 화장실을 가지 않거나 이용 시 차별, 폭력을 당하고 있다. 2017년 트랜스젠더 26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7%가 공중화장실 이용 시 이용을 제지당하거나 모욕적인 발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적 폭력을 당한 경우도 5.1%에 달했다.

한편 현실적으로 성별에 맞는 화장실을 이용했는지 여부는 신분증이 아닌 외모, 행동거지 등을 기초로 이루어진다. 즉 화장실의 성별 구분을 엄격히 할 경우 여성스럽지 못한 여성이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 해당 여성이 트랜스젠더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여자 화장실 이용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2016년 5월 미국 월마트 화장실을 이용하던 한 짧은 머리의 여성이 다른 여성으로부터 욕설과 꺼지라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발생했다. 그녀가 트랜스젠더로 오인받았기 때문이다.

성중립화장실은 트렌스젠더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성중립화장실은 어린 딸을 동반한 아버지나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의 성별이 다른 경우 와 같이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도 기존의 성별 분리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결국 화장실에서의 성별 구분을 강화하고 이를 근거로 이분법적 성별 고정관념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려는 시도는 트랜스젠더만이 아닌 소위 여성스럽지 않거나 남성스럽지 않은 사람을 배제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받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화장실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는 않겠지만 그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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