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2022년 9월 13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정확하게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이 활동을 종료하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2021년 MBC 보도를 통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국방부의 수사결과 발표 후에도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못했다는 여론에 힘입어 2022년 4월 15일 국회가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가결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보고서에서는 2022년 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언론보도를 살펴보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빅카인즈’에서 관련 보도를 수집, 분석했다.
보도 분석에는 또 다른 공군 성폭력 사건도 포함했다. 올해 초,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2차 피해이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가 폭로했다. 성폭력 피해자인 B하사는 올해 초, 수 개월에 걸쳐 같은 부서의 상급자인 A준위로부터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해 이를 신고하였다. A준위는 지난 4월 구속되었지만, A준위가 구속된 바로 다음 날, A준위와 같은 부서의 C하사는 A준위와 B하사로부터 성폭력 등의 피해를 받았다고 신고했고, B하사는 돌연 피의자(가해자) 신분이 되어 현재 군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 관련 언론 보도를 살펴봤다. 해당 분석도 ‘빅카인즈’를 통해 수집 분석했다.
2.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보도
1) 2021년, 변화를 이끌어낸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사건 언론보도
공군 이예람 중사에 성폭력 사망 은폐사건은 2021년 MBC 단독 보도로 국민에게 알려졌다. 고인은 2021년 5월 21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MBC는 5월 28일 유가족 지인을 통해 직접 제보를 받아 취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던 고인의 부모님을 만나 여러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극단적 선택을 처음부터 언론에 공개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사연을 복수의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군 관련 시민단체에 제보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마지막 수단으로 언론사에 찾아왔다고 한다. 유가족은 군이 철저히 은폐한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억울하게 숨진 고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고인이 숨지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충격적 동영상을 공개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하기도 했다. MBC는 해당 영상 공개는 보도 윤리에 맞지 않기에 공개하지 않되, 사건 은폐와 축소를 지시한 책임자는 누구인지, 사태가 최악에 이를 때까지 군 수사기관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치밀하게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MBC는 유가족 뿐 아니라 방대한 관련자 인터뷰를 확보하여 사건의 전모와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노력했다. 폐쇄적인 군 내에서 사건이 수사 중이고, 법적 다툼의 여지도 있었기 때문에 정보 접근 자체에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MBC는 군 수사상의 축소 은폐 과정을 총체적으로 지적하며 완결성 있는 보도를 냈다.
20201년 5월 31일 이후 6월 말까지 10편이 넘는 단독과 기획보도를 이어가며, 1) 성추행 사건의 전모 2) 이 중사의 신고 뒤 1차 은폐 3) 해당 부대와 전출됐던 부대뿐 아니라 국선변호인까지 함께 저지른 2차 가해 4) 사건 축소, 조작에 앞장선 공군 수사당국과 국방부의 소극적 대응 5)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나 군 사법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전달해 심층 보도했다.
MBC 보도 이후, 국방부는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전면적인 재수사를 했으며, 공군 참모총장 사퇴,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6월 2일 가해자인 장모 중사를 군인등강제추행지상 혐의로 구속되었다. MBC 보도는 2021년 한국기자협회의 제370회 이달의 기자상과 제35회 한국기자상을 받았으며, 제24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제23회 양성평등 미디어상 대상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는 심사평에서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를 낱낱이 파헤치면서도, 인권 차원에서 자극적인 영상을 배제하는 취재윤리가 돋보였다”고 평했으며,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는 “군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수사와 재판이 민간으로 이관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이 20년 만에 개정되는 등 군 사법체계 개혁에도 힘을 실었다”고 평가했다.
MBC만의 힘으로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도 해당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군대에선 아직 소수자인 여군에 대한 성차별적인 편견과 여군을 같은 전우로 인식하지 않는 군의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를 비판하는가 하면, 군의 자정능력 부재를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공군 20전투비행단의 다른 사건 사고를 공론화하며 사건마다 은폐가 반복됐음을 지적했다. 방송사들의 시사교양 프로그램(MBC <PD수첩>,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SBS <그것이 알고싶다>, KBS <시사기획 창>) 등도 모두 해당 사건을 적극적으로 취재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높였다.
2) 2022년 특검이 구성되기까지
2021년 10월 7일, 국방부는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14명이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으며, 총 38명의 사건 관련자들이 기소나 징계 처분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 중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초래한 책임자들로 지목된 군사경찰, 군검찰 관계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또한 성추행 피해 직후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입된 이중사에게 2차 피해를 준 인물들도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불기소되었다.
이러한 국방부의 최종수사결과 발표에 유족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국방부의 수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부실수사였다면서, 여야 합의를 통한 국회 차원의 특검을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도 국방부 수사에 대한 성토와 함께 특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결국 대선 이후 여야 간 특검 논의가 마무리되어 2022년 4월 15일,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법무법인 동인 소속의 사법연수원 25기 안미영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임명하였다.
△<그림1> 중앙일보 9/13 게재 인포그래픽 갈무리
3) 특검 결과 보도보다 구속영장, 소환 등에 과정 받아쓰기 보도 많아
특검은 6월 5일 출범하여 100일간의 수사를 진행한 뒤 9월 13일 종료되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프로그램 ‘빅카인즈’에서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이예람 특검’이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면 총 779건의 보도가 추출된다. 특검 수사 기간은 6월 5일부터 9월 13일까지였지만, 모니터 기간은 수사기간 앞뒤로 여유를 두고 검색했다. 이들 보도 중에서 중복게재된 내용을 삭제하니 총 724건의 보도가 추출되었다.
월별 보도량을 살펴보니, 6월에는 182건(총 보도량 대비 25%), 7월에는 37건(5%), 8월에는 318건(44%), 9월에는 187건(26%)이었다. 가장 많은 보도를 한 8월에는 특검이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하겠다고 요청했으며, 공무상 비밀누설 군무원에 대한 첫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또한,‘전익수 녹취록’ 조작 변호사가 긴급체포 후 구속되었다. 이후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과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의 소환조사가 이어졌다. 언론은 이처럼 특검이 수사 과정 중 구속영장이나 ‘녹취 조작’ 등 특이사항이 발생될 때 집중적으로 보도를 생산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무엇인가 밝혀지는 내용이라기보다는 구속 여부, 소환조사 여부 등을 받아쓰는 수준의 보도라 볼 수 있다.
△<표1> 공군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보도량 비교
(빅카인즈 6/1~9/30‘이예람 특검’검색어 추출, 중복제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한편,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9월에는 187건(총 보도량 대비 26%)만 보도했다. 이것은 특검이 출범했다고 전한 6월의 182건(총 보도량 대비 25%)와도 큰 차이가 없는 수치이다. 언론이 특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비교적 큰 관심을 보였지만, 특검 결과를 전하는 것과 특검 결과에 대한 평가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4) 대부분 언론이‘이예람 특검’으로 줄여 호칭, 바람직하지 않아
2021년 이 사건을 국방부사 수사할 때 명칭은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이었다. 2022년 6월 5일 출범한 특검의 명칭은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였다. 국방부 사건명에 비해서 특검의 명칭은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으로 사안의 본질을 정확히 짚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이예람 사건’으로 부르고 특검을 ‘이예람 특검’ 또는 ‘안미영 특검’이라고 칭했다.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관련 보도 총 724건의 보도 중에서 제목에‘특검’이 들어간 보도는 총 543건이었다. 이중 이예람 특검이라는 의미의 제목(고 이예람 중사 특검, 고 이중사 특검, 이예람 특검 등)이 포함된 보도는 총 471건(86.7%)이었다. 안미영 특검이라고 칭한 보도는 총 보도량의 5%인 27건이었다. 압도적으로 ‘이예람 특검’이라고 칭했음을 알 수 있다.
△<표2> ‘공군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보도 제목 분석
(빅카인즈 6/1~9/30)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언론의 특성상 보도 제목에서는 글자수를 줄이려고 하는 관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건명에서 피해자의 이름만 부각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되도록 사건의 본질을 가장 정확히 담는 사건명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이예람 특검’보다는‘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으로 명명해야 한다.
5) 일일 보도량이 가장 많은 날은 특검 결과 발표 당일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슈가 있을 때, 보도가 집중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1일 보도량이 15건 이상인 경우만을 수집해보았다. 그 결과 <표3>와 같다
△<표3> ‘공군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보도 중
1일 15건 이상 보도일자 분석((빅카인즈 6/1~9/30)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그나마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당일인 9월 13일에는 89건으로 당일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날이다. 이날 보도량이 4달간의 총 보도량 대비 12%나 된다. 다음날인 9월 14일에도 특검 결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담은 보도가 30건 보도되었다. 그러나 9월 한달간의 보도량(187건)은 8월 한달간의 보도량(318건)에 비해서 지나치게 적다.
이중에서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날은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9월 13일이다. 이날 보도량은 8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 일일 보도량이 많았던 날은 6월 28일인데, 공군본부 압수수색 관련 보도가 48건이었다. 세 번째로 일일 보도량이 많았던 날은 8월 24일 37건인데, 전익수 전 법무실장 소환 을전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특검 결과 발표를 앞뒤한 9월 12일~14일 3일간 총 134건을 보도해서 전반적으로 보도량이 많았고, 전익수 전 법무실장 관련 논란이 보도되었던 8월 22일~24일 3일간에도 총 96건을 보도량이 많았다.
6)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결과에 대한 언론보도 동향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언론보도는 큰 문제점이 없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사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벤트에 집중하여 특검의 발표를 받아쓰는 수준의 보도가 많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른 이슈에 비해서 심각한 문제적 보도는 없었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공군 성폭력 은폐라는 사건의 성격이 지닌 심각성을 공감했고 , 이 사건이 지난 정권 시기의 일이라는 점에서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보도 왜곡 현상도 그다지 많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특검 수사결과 관련 언론 보도 중 외부 상을 수상한 보도는 단 한건도 없었다. 대부분 수사결과를 받아쓰는 정도의 보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은 수사결과의 의미나 한계를 지적하는 것들인데 이 정도의 내용을 과연 모범적 사례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다.
보도량에 있어서는 방송사 중에서 YTN이, 종합일간지 중에는 세계일보가, 지역언론 중에서는 강원도민일와 매일신문, 부산일보가 경제지 중에서는 머니투데이가 많이 보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가 비슷하게 특검의 짧게 정리해서 쓰는 수준이었고, 특검의 한계를 짚는데 있어서 약간의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표4> ‘공군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보도량 (빅카인즈 6/1~9/30)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7) 사설 논조 비교
언론사의 공식적인 주장을 담은 사설을 내놓은 언론사도 많지 않았다. 모니터 기간인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53개 언론사 사설 중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 피해 특검 관련과 관련된 사설은 5건뿐이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 사설에 ‘이예람 특검’이라는 키워드가 언급되기는 했지만, 이는 다른 공군 성폭력에 대한 비판 보도였다. 이렇게 보면 한국일보와 경향신문이 각 2건씩 관련 사설을 냈고, 한겨레와 국민일보가 각 1건씩 사설을 낸 셈이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사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설의 내용에 있어서는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고 모두 한 목소리로 이번 특검의 의미와 한계를 짚었다. 경향신문은 “다만 조직적 차원의 부실수사 의혹을 규명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라고 지적했고, 국민일보는 “수사 본류였던 지휘라인의 수사 무마 의혹을 끝내 밝혀내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수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기긴 했지만, 특검팀이 사건 당시 군검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지휘했다는 의심을 받는 공군 법무실장을 3차례 소환조사하고도 자신의 수사와 관련해 부당하게 위력을 행사한 혐의 정도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친 점은 아쉽다. 특검 수사의 결정적 계기였던 군 지휘라인의 수사 무마 의혹을 끝내 풀지 못한 것이다.”라고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한겨레는 “공군의 초동수사와 국방부의 재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진작에 밝혀낼 수 있었던 혐의들이다. 초동수사 부실은 이 중사를 절망으로 몰아넣은 직접적 원인이 됐고, 이에 대한 비판 속에 시작된 국방부 재수사도 ‘면죄부 수사’로 끝나고 말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 수사 책임자는 한명도 기소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했다. 군을 대상으로 한 첫 특검이 도입된 것은 군 스스로 초래한 결과였다. 특검이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시점에서 100일 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 정도의 결과를 내놓았다면 지난해 국방부 수사는 작정하고 봐준 수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특검의 한계에서 그치지 않고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표5> ‘공군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 관련 사설 (빅카인즈 6/1~9/30) ⓒ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8) 공군 공보담당 장교의 부적절한 행위와 이에 대한 언론보도
이예람 중사 성폭력 사망 및 2차피해 특검의 수사결과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공군 공보담당 장교가 언론에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보활동을 했다는 점이다. 사실 이 내용은 국방부의 2021년 10월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방부 수사결과 발표 당시에는“공군본부 공보정훈실 G대령, H중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불구속 기소”라는 제목에 “비행단 부대원이 피해자와 통화하여 녹음한 파일을 알고 있었는데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해당 부대원이 녹음파일 제공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직권을 남용하여 제공에 동의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공보정훈실 대령과 중령이 부하 직원에게 의무가 없는 일을 하도록 했다는 것인데, 구체적 내용까지는 밝히지 않았다.
특검 조사 결과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었다. 이 중사 사망이 알려지며 공군 비난 여론 커지자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 모 장교가 ‘피해자는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극단 선택’이라며 3명의 기자에게 허위사실 전달하고 피해 직후 선배 부사관과 통화한 녹음파일을 기자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심리 부검 조사를 해서 남편과의 불화 아닌 성추행 및 2차 가해 때문이라 결론을 내렸다. 특검은 이전에 없던 자살위험도가 강제추행 후 급격히 고위험군으로 변화했고, 제15특수비행단 전입 뒤 증상을 악화시키는 2차 가해로 좌절감 무력감에 극단 선택에 이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특히 남편과는 불화 운운에 대해서는 차량 블랙박스 등 분석 결과 사망 당일에도 친밀한 관계였음을 거듭 확인했다.
홍보나 공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조직이 비판받을 사안이 불거졌을 때, 어떻게든 논란을 줄이려 시도하는 일을 일면 자연스럽다. 그러나 공보정훈실의 행태는 그 자체가 2차 가해 행위이다. 공보담당자가 언론에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역시 국민을 기만하려는 시도이므로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일보는 사설 <군 당국의 부실 대응에 경종 울린 ‘이예람 특검’>(9/14)에서 “공군은 사망 원인을 사망 당일 혼인신고를 한 이 중사의 부부관계 탓으로 돌리면서 진실을 왜곡했다.”고 이를 지적했다. 다행히 당시 상황을 소급 모니터하면 공훈정보실이 내놓은 정보를 받아서 그대로 보도한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추후 공보를 담당하는 곳에서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엄중한 문책이 필요하며 언론도 이와 같은 공보를 그대로 받아쓰지 않도록 충분히 숙고하고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3.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성추행 사건 관련 보도
1) 사건 개요
8월 2일 군인권센터가 기자회견을 열어 고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15비)에서 또 다른 성추행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는 여성 하사이며, 가해자는 45세 남성 준위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여러 가지 신체적 언어적 성희롱을 거듭했다. 특히 4월 3일에는 피해자를 데리고 강제로 코로나19로 격리 중인 남군 하사의 숙소를 데리고가서, 코로나19 격리하사와 뽀뽀를 하라고 지시했다. 피해자가 이를 거절하자 격리 하사의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도 지시했다고 한다. 피해자가 4월 14일 공군 양성평등센터에 가해자를 신고했고, 가해자는 26일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격리 하사로부터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성폭력 사건을 신고한 후 이를 수사하던 군사 경찰이 피해자가 확진자 격리 숙소에 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 혐의로 입건을 한 것이다. 피해자는 주거침입과 근무 기피 목적 상해죄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상태이다.
성추행 피해자가 피의자가 된 이례적인 사건에 국가인권위가 조사에 나섰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와 연루된 또 다른 사건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는 상황은 군검찰의 수사 의도와 관계없이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주는 2차 가해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실제로 그렇게 작용할 위험성이 매우 높으므로 이를 방치할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할 만큼 현재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특히,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다른 사건의 피의자가 되어 기소된다면, 그 사실이 군대 내에 공개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성폭력 피해 사실도 노출돼 회복이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국방부장관에게 지휘․감독을 철저히 할 것과, 공군검찰단장에게 이 피해자에 대한 추가조사 및 기소여부 판단을 잠정 중지할 것을 권고했다.
2) 언론 보도 동향
빅카인즈에서 8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공군 성폭력’으로 검색한 뒤, 이들 보도 중에서 제15특수임무비행단 성추행을 언급하지 않은 보도와 중복게재를 모두 삭제한 결과, 관련 보도는 총 130건 보도되었다. 관련 보도는 두 기간에 몰려있다. 먼저 8월 2일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 이후 3일간(8월 2일~4일) 101건 보도되었다. 다음 보도는 8월 10일 군인권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에게 해당 사건에 대한 2차 가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정을 했는데, 이때(10~11일) 10건이 보도되었다. 8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회가 긴급구제권고를 의결했는데, 이때(16일~18일)에 관련보도가 20건 있었다. 전반적으로 보면 국가인권위 긴급구제권고보다는 군인권센터의 폭로 당시에는 보도량이 집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도 내용상 심각한 문제점은 없었다. 어떤 언론도 이 사건 보도에 있어 공군의 부적절한 행태를 두둔하지는 않았다. 군인권센터가 폭로한 내용을 충실히 담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3) 피해자 신상공개 우려 내용은 아직 없어
이 사건의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고 이예람 중사의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부모가 이 사건에 대한 여론화와 군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해서 피해자의 실명과 부모님의 신상정보 등을 공개하는데 적극 동의했다. 그러나 15비 성추행 사건은 다르다. 따라서 언론은 피해자 보호를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 중에서 피해자 신상공개의 우려가 있는 내용은 없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추가 보도가 이어질 때도 항상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언론은 항상 주지해야 한다.
3) 전반적으로 가해자의 엽기적 행태 부각하는 내용 많아
이번 사건의 보도를 보면“확진자 침 핥아라”라고 한 가해자의 행태가 제목에 많이 등장하는 등 선정적 측면이 있다. 가해자의 엽기적인 성희롱 방식들이나 발언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지 않아도 성희롱이 있었음을 보도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는 사안의 심각성을 전하기 위해서 세세한 내용을 모두 폭로했다고 하더라도, 언론사의 관점과 게이트키핑 과정에 이들 내용을 정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한겨레 <‘장기 복무’ 빌미로...이예람 중사 근무 부대서 또 성추행>(8/2)에는 제목에서는 물론이고 보도 내용에서도 엽기적인 가해자의 발언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인용한 가해자 발언은 “나만 믿으면 장기(장기복무)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한 내용과“내가 죽으면 너도 힘들어질 것”,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피해자를 협박한 내용뿐이다. 이렇게 가해와 2차가해, 직위를 이용한 성추행 등의 내용이 분명한 내용만을 보도하면서 얼마든지 핵심적인 문제를 전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도들은 제목이나 내용에서 관련 내용을 매우 상세히 보도다. 이는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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