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법 해외사례 팩트체크 19
캐나다에서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 정정이 허용되는 제도를 도입한 뒤
보험사기가 발생했다?
1. 주장
1) 진평연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 것인가?>(단행본)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 정정을 허용해 주는 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남성이, 남성의 생식기를 유지한 채 여성으로 성별 정정을 하도록 허용하라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캐나다에서는 이를 악용한 보험사기 범죄가 발생하였다. 더 저렴한 차 보험료율을 받기 위해 성전환 수술 없이 남성이 여성으로 성별 변경을 한 것이다. 100%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성별을 여성으로 아주 쉽게 변경하였다.
이러한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이 된다면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을 허용해 주는 것은 결국 성별결정 기준에서 생물학적 요소를 배제한다는 의미다. 즉, 성별 결정이 심리적 성 결정 기준으로 변경이 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자신의 성별은 오로지 스스로의 생각에 의해서만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2) 서울신문 <더 저렴한 차보험료율 받기 위해 법적으로 성별 전환한 남성>(2018.7.31.)
▪서울신문 보도 갈무리
자동차 보험회사가 청구하는 높은 요금이 불만이었던 한 20대 남성은 더 저렴한 차 보험료율 받기 위해 법적으로 성별을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CBC뉴스에 따르면, 앨버타 주에 사는 남성 데이비드(가명, 24)는 지난 4월 미국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에 처음으로 자신의 보험 전략을 자세히 소개했다.
데이비드는 올해 초 새 차를 구입했고, 자동차의 충돌 또는 전복으로 입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각종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사는 데이비드의 운전 기록을 바탕으로 4517달러(약 505만원)의 요금을 청구했다. 경미한 충돌과 한 두 번의 속도위반 딱지를 떼인 데 비해 그에게는 과한 금액이었다.
그는 보험 중개인에게 “궁금해서 그러는데 내가 여자라면 보험료가 얼마나 듭니까?”라고 물어보았고, 3423달러(약 382만 5000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캐나다와 미국에서 25세 미만 남성 운전자들은 여성 운전자보다 더 많은 자동차 보험료를 지불해야한다. 통계적으로 남성이 차 사고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성차별로 인지한 데이비드는 화가 나서 그의 보험 중개인에게 서류상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포기를 몰랐던 데이비드는 앨버타 주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성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성전환 수술을 원치 않았던 그는 담당 의사에게 성별을 바꾸고 싶다고 말해 자신이 정신적으로는 여성임을 증명하는 소견서를 받았고, 모든 필요 서류를 구비한 뒤 이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후 메일로 자신의 성별이 여성이라고 되어있는 새 출생증명서와 운전면허증을 받았다.
그는 “꽤 충격을 받았으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다. 내가 체제를 부순 것 같은, 승리한 기분이 들었다. 서류상 성별 변화로 1년에 거의 1100달러(약 123만원)을 절약했다”고 자랑하며 “허점을 이용했다. 난 생물학적으로 100% 남성이지만 법적으로 여성”이라고 말했다.
3) 국민일보 [“물질 이득 위해 성별도 갈아치우는 세상이라니…”](2020.7.27.)
전 세계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들은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입법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스스로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자신의 생식기를 유지한 채 여자로 성별 정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것이다. 물론 남성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남성으로 성별을 정정하는 조건 역시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 성별 정정 조건을 바꾼 캐나다에서 이를 악용한 보험 사기 범죄가 2018년 여름에 일어났다. 자동차 보험료가 높은 것에 불만을 품은 20대 남성이 더 저렴한 보험료를 내기 위해 법적으로 성별을 전환한 것이다.
이 사건은 캐나다 앨버타주에 살던 당시 24세 남성 데이비드(가명)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보험 전략을 자랑하듯 자세히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남성이 자동차 사고를 낼 가능성이 더 크다는 통계에 따라 캐나다와 미국 등에는 남성 운전자가 여성 운전자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보험사들이 있다.
2018년 초 새 차를 구입한 데이비드는 이 보험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품었다. 데이비드는 법적 성별을 여자로 정정해 보험료를 적게 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물론 그는 보험료 부담을 더는 것이 목적이지 성전환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전환 수술은 전혀 원치 않았다. 그는 담당 의사에게 성별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고 자신이 정신적으로는 여성임을 증명하는 의사 소견서를 받아냈다.
이런 식으로 성별 정정에 필요한 관련 서류를 갖춰 정부에 제출했고, 성별이 여성으로 정정된 출생증명서와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심리적 변화에 기반을 둔 성별 정정으로 보험료를 저렴하게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성전환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을 허용해 주는 것은 결국 성별 결정 기준이 더 이상 생물학적 요소가 아니며, 지극히 주관적이고 일시적일 수 있는 개인의 심리임을 뜻한다. 성별 결정의 기준이 심리적 근거인 성 정체성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성별은 오로지 자기 생각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한 학부모는 이렇게 탄식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아이들은 분열과 혼동을 느낍니다. 성별을 바꾸는 자유가 아니라 무질서 속의 방황이죠. 그러다가 그것에 익숙해지면, 마침내 반기독교적인 정서를 심령 속에 담게 됩니다. 물질의 이득을 위해 성별도 갈아 치울 수 있는 세상에서 아이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100%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성별을 여성으로 아주 쉽게 바꿀 수 있는 나라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한 단면을 보여 준다. 평생 군인으로 나라를 섬겼던 어느 장로님은 이렇게 우려했다. “이런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다음세대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보험 사기뿐 아니라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악용될 것이 아니겠는가.”
간단한 법적 성별 정정 과정을 거쳐 원하던 대로 낮은 보험료를 내게 된 데이비드는 성별 정정 후 이렇게 말했다. “마치 내가 체제를 부서뜨린 것 같은 느낌이었고 승리한 기분이었다. 난 생물학적으로 100% 남자지만, 법적으로는 여자다. 자동차 보험료를 더 저렴하게 내려고 그렇게 성별 정정을 했다.”
지난 3월16일 한국의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 처리 지침’을 일부 개정했다. 성전환에 관심이 많은 디지털 세대가 성전환 방법에 관해 검색하는 요즘, 우려스러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성별을 바꾸려면 가족관계증명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나 감정서, 성전환 시술 의사 소견서, ‘앞으로 생식 능력이 없다’는 전문의의 감정서, 2명 이상의 성장 환경 진술서 등 5가지 서류를 필수로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 지침에서는 ‘2명 이상’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전문의의 감정서나 성장 환경 진술서는 1명으로도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또한, 서류들은 ‘필수 제출’이 아닌 ‘제출 가능’으로 변경됐다. 참고용으로 보겠다는 말이다.
그밖에 ‘성전환 시술 의사 명의의 소견서를 첨부할 수 없는 경우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와 성장 환경 진술서에 ‘신청인의 성장 시기별 이성 관계를 포함한 대인 관계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이 포함돼야 한다’는 세부 내용도 삭제됐다. 일시적인 마음의 동요가 아닌 오랜 기간 성별 정정의 필요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근거자료를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이번 개정으로 인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성별 정정 결정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더 쉽게 열리게 됐다.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아직 입법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의 대법원이 성별 정정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2. 기존 팩트체크
1) 뉴스앤조이 <진평연 팩트체크③/트랜스젠더가 화장실 가는 게 차별금지법 폐해?>(2020.7.16.)
이 뉴스는 사실이지만 차별금지법과는 관계가 없다. 이 사건은 차별금지법의 폐해가 아닌, 보험사에 불만을 품은 한 사람의 기행으로 봐야 한다. 데이빗 사례를 두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도 반발했으며, 캐나다 신민당(NDP) 스테파니 맥린 의원(MLA)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정도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최대 14년 형에 처해지는 위증죄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을 전한 서울신문 보도 역시 “그의 행동은 트렌스젠더의 권리를 빼앗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기를 주는 꼴”, “지금껏 변화를 만들어온 모든 사람들의 동기에 의구심을 던지고, 전 과정을 경시하는 행위”라는 ‘트랜스 동맹 사회’ 전 회장의 입장, “그가 위증죄를 저질렀고, 최대 징역 14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앨버타 주 공무원의 입장을 덧붙였다.
2) 대법원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대법원 가족관계등록예규, 2020.3.16. 시행)
성별을 정정하려는 사람은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 진단서, 성전환 시술을 한 의사 소견서,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 회복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 의사의 진단서, 신청인의 성장환경 진술서와 가까운 사람 2명 이상의 보증서 등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함.
3) 코람데오닷컴 <차금법 옹호하는 ‘뉴조’기사에 대한 팩트체크⑧>(2020.8.2.)
뉴스앤조이는 “이 사건은 차별금지법의 폐해가 아닌, 보험사에 불만을 품은 한 사람의 기행으로 봐야 한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뉴스앤조이는 이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간과하고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2015년에 앨버타주 인권법을 개정하여 차별금지사유에 ‘성별 정체성’을 추가하였다. 이후 2018년에 성별 변경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생체 정보 통계법(Vital Statistics Act)의 생체 정보 통계법 시행령(Vital Statistics Information Regulation)이 개정되었다. 구 시행령에서는 성별 변경을 위해서 반드시 의사나 정신과 의사의 진단서와 소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건으로 하였다(제16.3조 (1)).
그러나, 개정 시행령에서는 12세 이하 아동이 성별 변경을 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나 사회복지사의 의견서만 제출하도록 하였고(제19조 (1)), 18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의견서 제출 요건을 아예 삭제 하였다(제17조와 제18조). 성전환 수술을 할 필요도 없어서, 사실상 성별 변경 요건을 모두 폐지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이는 트랜스젠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이 법의 취지에 따라 트랜스젠더의 인권 보장 내지는 차별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이루어진 후속 관련 법령 개정의 일환이다. 이러한 성별 변경 요건에 대한 법령 개정이 있고 나서 보험사기 사건이 터졌다.
차별금지법은 차별금지법 제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성별 제도, 혼인 제도, 가족 제도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변경시킨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안 제9조와 제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따라 다른 법령, 조례, 규칙, 제도, 정책을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이 캐나다 앨버타주와 같이 성별 변경 제도를 바꾼다면 이는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을 것이다.
3. 다시 쓰는 팩트체크
1) 팩트체크
외국의 성별정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은 자신의 성별정체성에 따라 살아가는 트랜스젠더가 법 앞에서 이를 인정받는 절차이다. 성별정정은 1972년에 스웨덴에서 최초로 인정되었고, 이후 1980년 독일에서 관련법을 제정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초창기에는 트랜스젠더가 성별을 정정하기 위해서는 생식능력제거수술과 외부성기 형성수술, 소위 성전환수술을 받을 것, 혼인 중이 아닐 것 등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의학적 이해가 발전함에 따라 트랜스젠더에게 외과수술이 반드시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었고, 국제인권규범에 관점에서도 원치 않은 수술,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트랜스젠더의 기본권 침해라는 공통된 합의가 이루어졌다.
가령 유엔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독립전문가는 2018년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법 앞에 동등하게 인정받을 권리는 다른 권리나 자유의 핵심원칙이다”고 강조하면서, 법적 성별정정에 있어 모든 강제적인 요건들을 삭제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현재 법적 성별정정에 있어 의사의 소견서 등 어떠한 서류나 법원의 심사 없이 본인의 진지한 진술서에 의해 성별정정을 인정하는, 소위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에 따른 성별정정을 인정하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2015년 아르헨티나가 「Ley de Identidad de Genero(성별정체성법)」을 제정하여 최초로 자기결정에 따른 성별정정을 인정하였고, 이후 덴마크(2014), 몰타(2015), 콜롬비아(2015), 아일랜드(2015), 노르웨이(2016), 포르투갈(2018), 미국 캘리포니아주(2017), 미국 워싱턴주(2018) 등 각 국가와 지역에서도 유사한 법령을 도입하였다.
한편 최소한 성전환수술 등 외과수술 없이 성별정정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 역시 확립되어 있다. 2017. 4. 6. 유럽인권재판소는 성별정정에 있어 외과수술을 요구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 제8조(사생활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럽의 인권단체인 트랜스젠더 유럽(Transgender Europe)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성별정정 절차를 둔 41개국 중 28개국이 성별정정에 있어 외과수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한편 위와 같은 국가들은 캐나다와 같은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두고 있다. 가령 아일랜드의 성별인정법(Gender Recognition Act 2015)는 성별정정에 어떠한 요건도 두지 않는 대신, 고의적으로 또는 부주의하게 허위의 정보를 제공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자기결정에 의한 성별정정을 인정하면서, 다만 재정정 시에는 법원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성별정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경우는 대법원 판례(2004스42, 2009스117 결정)와 예규에 의해 성별정정의 요건과 절차가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에서 성별정정을 위해서는 만 19세 이상일 것, 생식능력이 없을 것, 성전환수술을 받았을 것, 혼인 중이 아닐 것,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이 요구되는데, 이는 성별정정 절차를 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이다. 2015년 유엔 자유권위원회 역시 한국정부에 대해 ‘성별정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2) 프레임체크
캐나다 사안의 본질은 남녀의 보험료 차이였다.
캐나다 사안의 본질적인 원인은 남성과 여성의 보험료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이 사안의 본질은 성별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차별의 문제이다. 이에 2011년 유럽사법재판소는 “통계적으로 남성이 사고를 많이 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개인별 사고 이력 등 다른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며, 남성의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판단하였다. 결국 이 사건에서 데이비드(가명)가 한 것은 제도를 악용한 것이긴 하나 이러한 행동을 하게 만든 것은 성별에 따라 차등을 두는 제도의 문제이며, 이러한 제도들의 정당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의 개선은 차별금지법 제정과는 별개이다.
차별금지법 제4조가 “평등권과 관련된 법령을 제정·개정하는 경우나 관련 제도 및 정책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이 법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향후의 발전 방향을 규정한 것이지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모든 법령, 제도가 즉각 변경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차별금지법의 취지는 「헌법」 제11조 평등권이기에 이 조항은 국가가 이미 지켜야 할 헌법 준수 의무를 재확인한 것일 뿐이다.
한국의 법적 성별정정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트랜스젠더의 자기결정권,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차별금지법이 있기에 특별히 더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영국의 경우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 2010) 제정 이전에 이미 2004년 성별인정법(Gender Recognition Act 2004)를 제정하여, 성전환수술 없이 성별정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우리 역시 현재 차별금지법이 없지만 개별 법원에서 개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외부성기 형성수술 없이 성별정정을 허가한 사례들이 존재한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3. 3. 15.자 2012호파4221 내지 4225 결정, 서울가정법원 2014. 6. 26.자 2014호파3341 결정, 청주지방법원 2019. 6. 5.자 2018브13 결정 등 다수). 즉,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의 개선은 차별금지법 제정과는 별개로 트랜스젠더의 권리보장을 위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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