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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채용 거부한 교회 처벌하면 역차별?

최종 수정일: 2020년 12월 2일

평등법 해외사례 팩트체크 3

영국에서 동성애자를 청소년 사역자로

고용하지 않은 교회를 차별금지법으로

처벌한 것은 역차별이다?

1. 주장

1) 진평연 <포괄적 차별금지법, 찬성할 것인가 반대할것인가?>(단행본)

차별금지법은 「소수자특권법」이고 「역차별조장법」이다. 영국 고용재판소는 남성 동성애자를 청소년 사역자로 고용하지 않은 영국 성공회 교회에 차별금지법 위반 판결을 내렸고, 47,000파운드(약 8,500만원)를 손해배상하라고 명령하였다. 2007년에, 영국 성공회의 청소년 사역자 채용에 지원하였다가 불합격한 남성 동성애자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주장하며 헤리퍼드 교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하였다. 이 사건은 영국에서 성공회 주교를 상대로 제기된 동성애자와 교회간의 최초의 소송 사건이었다.

사실관계

존 래니는 2006년에 영국 성공회 헤리퍼드 교구의 교회 청소년 사역자 채용에 지원을 하였다. 그는 부스브릿지의 성 세례요한 교회에서 청소년 사역자로 일하였고, 그 후 성공회 노르빅 교구에서 교회와 관련한 청소년 사역을 하였다. 2001년 3월부터 2002년 7월까지는 성공회 체스터 교구의 청소년 사역자로 일하였다. 그는 채용 지원서에 이전 직장에서의 이직 사유를 기재하였으나, 체스터 교구의 청소년 사역을 그만 둔 이유는 기재하지 않았다. 그는 종교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단체에서 청소년 관련 일을 하던 중 기독교 청소년 사역에 복귀하고 싶다는 이유로 헤리퍼드 교구의 청소년 사역자 채용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8명으로 구성된 패널과의 1차 면접에서 그는 뛰어난 채용 후보자로 선정되었다. 이후 프리디스 주교와의 2차 면접을 진행하였는데, 2차 면접에서 주교는 존에게 왜 체스터 교구의 청소년 사역을 그만 두었는지 물었다. 그는 체스터 교구에서청소년 사역자로 있었을 때 동성 성행위 관계에 있었고, 이로 인해 교회와 마찰이 있었다고 답했다. 체스터 교구는 그에게 그의 파트너와 사역 중에 양자택일을 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는 파트너를 택하고 사역을 내려놓았다고 하였다.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결혼하지 않고 동성애 관계에 있었다가, 이번 채용에 지원하기 직전인 2006년 부활절에 그의 동성 파트너와 헤어졌다고 하였다.

영국 성공회가 공식적으로 준수하는 기독교 교리는 혼인 외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이었고, 존은 이를 위반한 것이었다. 면접 과정에서 존은 주교에게 자신은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주교가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고 하자, 그는 성행위를 하지 않으며 스스로 금욕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주교는 “만약 누군가를 사귀게 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을 하였고, 존은 사귐의 관계가 발전하게 되는 일이 생기면 주교와 논의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사역을 하는 동안에는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다시 확약을 하였다. 2차 면접 후에 주교는 존에게 전화로 채용 불합격을 통보하였고, 이성애자 이든, 동성애자 이든, 양성애자 이든 또는 트랜스젠더 이든 간에 상관없이 혼인 외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영국 성공회의 공식적인 교리이고 정책이라고 불합격 이유를 설명 하였다. 그리고, 존의 성적 지향 자체는 이슈가 아니고, 그의 라이프 스타일이 교구 내에서 영적, 도덕적, 윤리적 리더십에 잠재적인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 당시에는 영국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동성 간의 혼인은 허용되지 않았다. 다만, 이 당시 동성커플은 2004년에 제정된 시민결합법(Civil Partnership Act)에 의해 시민결합 등록은 할 수 있었다.

존은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하며, 헤리퍼드 교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는 면접 과정에서 헤리퍼드 주교가 그에게 동성애 관계에 대해 질문을 했고, 당시 모욕감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하였다. 동성애 인권운동 단체인 스톤월이 존에게 이 소송비용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하였다.

법원의 결정

영국 고용재판소는 주교의 행위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금지 시행령상의 불법적인 직접 차별에 해당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존의 주장은 기각하였다. 법원은 지원서에 동성애자임을 밝힌 존을 불합격 시킨 것은 그의 성적 지향 때문이고, 이성애자 지원자의 경우에 사용했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아울러, 교회의 채용에 있어 주교가 평신도에게 독신의 조건을 요구한 것은 교구가 간접 차별을 한 것에도 해당한다고 하였다. 한편, 동 시행령의 제7조 제3항은 종교단체의 면제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데, 종교의 목적을 위한 채용에 있어, 종교 교리를 준수하기 위하여 또는 채용 직종의 성격과 관련하여 종교 신도 대다수의 진실한 종교적 신념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그리고 지원자가 자격 조건에 미달하거나 고용주가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지원자가 자격 조건에 미달한다고 판단한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성적 지향을 채용 요건으로 적용하는 것이 허용된다. 법원은 교구의 청소년 사역자가 종교의 목적을 위한 채용임은 인정하였고, 동성애가 성공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채용 직종의 성격과 관련하여 종교 신도 대다수의 진실한 종교적 신념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존은 지원 당시에 주교가 요구한 대로 교회의 교리에 따라 독신으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주교가 그 부분에 결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결정하였다. 즉, 원고가 수년 동안 동성애 관계에 있다가 최근 그의 파트너와 헤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가 성공회 교리에 따라 장래에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주교가 이를 무시하였거나 거의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는 원고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주교가 그의 확약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것이고, 부지에 의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한편, 원고가 2차 면접과정에서 성적지향에 의한 괴롭힘(harassment)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 법원은 원고가 영국 성공회의 교회 청소년 사역자 채용에 지원을 하였고, 지원서에는 이전 직장에서의 이직 사유를 기재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교가 성공회 교리를 준수할지에 대한 원고의 동의 여부에 우려를 갖게 되었다고 보았고,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주교의 질문은 합리적이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괴롭힘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손해배상액에 대해서는 양측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법원은 2008년 2월에 영국 성공회가 래니씨에게 47,000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약 8,500만원)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배상액에는 25,000파운드의 장래 임금상실액과 8,000파운드의 장래 연금 상실액, 7,000파운드의 상해 배상, 그리고, 6,000파운드의 위자료가 포함되었다. 존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게이 로비 그룹인 스톤월의 지지와 재정 지원을 받아 승소해서 기쁘다고 언급하였다. 그는 영국 성공회 내에서 하나님을 위해 일하는 레즈비언, 게이 기독교인들이 공평하고 존중받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비판적 검토

영국 고용재판소의 이 결정은 몇 가지 점에 있어서 타당하지가 않다. 첫째로, 원고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동성 파트너와 동성애 관계에 있었다. 체스터 교구에서 청소년 사역자로 근무할 동안에 이 문제로 인해 교회와 분쟁이 있었고, 사임을 하기도 한 전력이 있다. 그가 헤리퍼드 교구의 청소년 사역자 채용에 지원했을 당시에 그의 파트너와 헤어졌다고는 하나, 그가 이후 앞으로 독신으로 지낼 것이고, 혼인 외의 성관계를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킬 여부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당시 영국에서는 동성혼이 합법화되기 이전이었고, 원고가 동성인 배우자와 혼인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평생을, 아니 적어도 청소년 사역자로 일하는 동안에는 독신으로 지내겠다는 말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원고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동성과 혼인을 할 수도 없을 것인데, 앞으로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독신으로 지내면서 성적 순결을 지킬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만약, 채용 후에 동성 파트너를 사귀게 된다면, 해고를 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2차 면접에서 누군가를 사귀게 되어 관계가 발전하게 되면 주교와 상의하겠다고 한 말은 동성 성행위를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겠다는 원고의 약속의 신빙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도 볼 수 있다. 주교의 판단이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본 법원의 판단이 편향적으로 보인다.

둘째로, 고용재판소는 주교가 원고가 동성애자임을 이유로 부지 중의 차별을 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주교와 교회에 대한 편견에 근거한 판단으로 보여 진다. 물론, 당시에 동성애 문제는 영국 성공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큰 논쟁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혼인 외의 성행위를 금지하는 성공회 교리는 확립되어 있었고, 이 교리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불문하고 동일하게 적용된다. 주교는 수차례에 걸쳐, 원고가 동성애자임이 문제가 아니고, 혼인 외의 성적 순결 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언급하였다. 주교에게 차별의 고의가 없었음에도 ‘부지 중의 차별’이라는 이유로 차별의 고의를 의제한 것은 법원의 판단이 중립적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셋째로, 목사, 교역자, 사역자와 같은 종교 직종에서의 채용 기준을 과연 비종교적인 일반 직종의 채용과 동일시 할 수 있는가이다. 종교 직종은 높은 도덕성 뿐만 아니라, 엄격한 종교 교리의 준수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종종 성직을 근로자로 볼 수 있는가의 논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종교에 헌신된 봉사자, 신의 종이라고도 불리는 성직자의 채용을 일반 세속적 직종의 채용과 동일시 할 수는 없다. 특히, 종교 교리의 준수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교단, 교회의 주관적, 종교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원이 법리적 기준을 적용하여 종교 교리의 준수 여부에 대한판단까지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 침해가 문제된다. 이 결정에서 고용재판소는 원고의 장래의 교리준수 여부에 대한 주교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았으나, 수십 년간 종교에 귀의하여 온 주교의 판단은 교회의 청소년 사역자로서의 지원자에 대한 종교적, 신앙적 요소까지도 고려한 판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 이후에 존은 청소년 사역자를 거쳐 시의회 의원에 당선되기도 하였으나, 2016년에 14세의 소년과 성관계를 한 혐의로 유죄 판결과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며, 성범죄자 명부에 기재가 되었다.

영국에서 교회와 동성애자 간의 첫 번째 소송으로 기록된 이 사건은 차별금지법이 야기하는 종교의 자유 침해 문제를 잘 보여 준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금지 시행령에는 종교단체 채용에 있어서의 면제 사유가 규정이 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 종교단체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도록 교회법의 영역에 놔두어야 할 문제를 사회법으로 무리하게 규율하려고 할 때, 종교단체의 채용과 종교의 자유를 지나치게 간섭하고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차별금지법은 정교분리의 원칙에 위반하여 종교의 세속화를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종교가 세속화 되면 신앙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2) CTS [차별금지법, 영국 사례는?](2020.11.24.)

2003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금지 시행령을 제정한 영국. 2006년에는 평등법을 제정, 2010년에는 ‘이퀄리티 액트 2010(Equality Act 2010)’라는 이름으로 평등법을 전면 개정했습니다. 현 평등법은 영국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별을 막기 위한 법이지만 역차별을 우려할만한 사례들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7년에는 영국 고용재판소가 영국 성공회가 동성애자를 교회의 청소년 사역자로 채용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영국의 차별금지법 폐해 사례’로 인용 보도한 CTS


2. 기존 팩트체크

1) 뉴스앤조이 <진평연 팩트체크⑤/노방전도하면 체포? 극단주의자의 반복 행동이 문제>(2020.7.17.)

이 사건에서 '청소년 사역자'라는 표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사건에 나오는 잉글랜드성공회 헤리포드교구 청소년 사역자(youth officer)는 목회직이 아닌 단순 사무직에 가깝다. 헤리포드교구는 이 직책을 '보좌사목자'(support minister)로 분류해 놨다. 보좌 사목자는 교구마다 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르지만, 헤리포드교구에서는 목회 권한은 없이 기관을 지원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직책이었다. 헤리포드교구가 낸 구직 공고에도 이 일이 목회와 관련한 것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잉글랜드성공회 교인으로 직분이나 성별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필요한 것은 헌신, 경험, 열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사례의 주인공인 동성애자 존 래니는 2006년 청소년 사역자로 지원했다. 래니는 사실 과거에도 타 교구에서 사역자로 일한 적이 있다. 하지만 동성 애인과 파트너 관계에 있다는 점이 문제가 돼 양자택일을 요구받고 결국 떠나야 했다. 래니는 1차 면접관에게 이전 사역지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고, 면접관은 혼외 성관계는 금지하는 잉글랜드 성공회 성적 규칙을 준수할 것이냐고 물었다. 래니는 앞으로 독신으로 살겠다고 확약했다. 얼마 후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는 결과와 함께 주교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잉글랜드성공회에서 동성애는 한창 논쟁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에, 최종 인사권을 가진 주교가 그를 한 번 더 면접하게 된 것이다. 프리디스 주교는 2차 면접에서 래니가 독신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한 번 더 물었다. 래니는 더 이상 동성 파트너와 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약속했다.

그러나 래니는 면접 후 채용 불가 고지를 받았다. 프리디스 주교는 혼외 성관계를 금지하는 것이 잉글랜드성공회 교리이자 정책이라는 이유를 댔다. 당시 영국은 동성 결혼 합법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고,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래니가 확약을 깨고 동성 성관계를 갖는다고 해도 알 길이 없다며 불합격을 통보한 것이다. 래니는 자신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두 번 면접을 진행하면서까지 불필요한 질문을 받으며 괴롭힘을 당했고, 최종적으로 고용되지 않으면서 실제적으로 차별받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채용 과정에서의 괴롭힘은 기각하고 고용 영역에서 차별은 인정했다.

법원은 우선 교회에서 누군가를 채용하는 건 특정 종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잉글랜드성공회는 동성애 논쟁이 한창이었다. 법원은 일부 신도의 종교적 신념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면접에서 성적 지향과 관련해 대화 나누는 일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면접 과정에서 래니가 앞으로 독신으로 살 것인지 물었던 것은 성적 지향에 근거한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래니가 독신으로 살겠다고 확약한 후에도 그를 채용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봤다. 법원은 래니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주교가 그의 확약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만약 래니가 이성애자였다면 그의 확약을 받아들였을 것이었다며, 이를 '무의식에 근거한 차별'로 봤다.

무엇보다 래니가 지원한 '청소년 사역자'가 종교적 신념이 필수로 요구되는 성직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법원은 성직자가 아닌 단순 사무직원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채용하지 않은 건 차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후 래니는 헤리포드교구를 상대로 약 8500만 원 손해배상 판결도 받았다.

헤리포드교구와의 소송으로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래니는 이후 지방 소도시 의원직에 당선됐다. 청소년 사역자이자 신실한 기독교인임을 내세워 표심을 얻었다. 하지만 래니는 2015년 6월,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14세 소년을 성적으로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임했다. 이듬해 래니는 아동 성폭력 혐의가 인정돼 징역 16월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향후 10년간 신상 공개도 함께 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에는 "특정 직무나 사업 수행 성질상 그 핵심적인 부분을 특정 집단의 모든 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행할 수 없고, 그러한 요건을 적용하지 않으면 사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위태롭게 된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교회는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곳이기 때문에 동성애자 목회자나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차별금지법에 저촉될 가능성은 적다. 애초에 보수 교단들은 동성애자가 목회자나 직원이 될 수 없게 만들어 놨기 때문에, 이런 상상은 기우에 불과하다.

3. 다시 정리한 팩트체크

1) 팩트체크

‘2차 면접’과 같은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선발 과정에서 차별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핵심적인 이유는 이미 면접을 통해 선발하기로 결정하여 통보까지 한 상태에서 이를 번복했다는 것이었다. 진평연은 지원 절차가 원래부터 1차 면접과 2차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쓰고 있으나, 당시 2차 면접 전형은 없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미 면접을 통해 선발될 것으로 정해진 래니에게 프리디스 주교가 따로 접촉하여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하고, 직접 자기 집으로 불러 면담을 진행한 끝에 래니를 선발하지 않겠다고 전화로 통보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비공식적이고 부적절한 추가절차 자체가 ‘차별’로 판단된 중요한 이유였다. 진평연은 프리디스 주교가 따로 접촉한 것이 정상적이고 공식적인 ‘2차 면접’이었던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래니의 이직 사유는 처음부터 밝혀져 있었다.

또한 진평연에서는 면접을 볼 때 이전 직장에서의 퇴직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가 소위 ‘2차 면접’을 통해 이 사실이 밝혀진 것처럼 전했다. 그러나 래니는 이미 지원서의 추가 기재 사항에 자신의 성적 지향을 나타내는 내용을 적었고 면접에서 이에 관해 논의가 되었다. 이러한 점을 이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프리디스 주교가 비공식적이고도 부적절한 2차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점이 본 사건을 차별로 판단하게 된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판결의 핵심은 교회 사역 보조직원이 노동 차별금지법 적용 예외가 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교회에서 설립한 재단의 노동자, 미션스쿨의 교직원은 물론 교회에서 사역 외의 일을 하는 일반 노동자들은 노동 차별금지법으로 보호된다는 점이 확립되어 있었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youth worker’는 사역의 보조인으로, 직접 목회 업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를 보조한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는 달리 노동 차별금지법의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닌지가 쟁점이었다.

영국 노동법원은 노동 차별금지법의 적용 예외 대상을 매우 좁게 해석하였다. 직접 목회를 하는 종교인들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는 예외 없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며, 이는 목회 업무를 보조하는 직원에게도 동일하다고 밝힌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사역 보조인 역시 노동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차별로 판단하게 된 주된 이유는 판단의 내용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이다.

주교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동성애나 혼외 성관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등은 본 사건에서 검토되지 않았다. 판결은 래니가 겪은 ‘채용절차’가 남들과는 다른 예외적인 것이었는지에 집중했다. 영국 노동법원은 이에 대하여 이미 면접을 통해 채용을 결정하고, 이를 통보한 사람을 주교가 따로 전화로 상담하고, 집으로 불러 면담을 하며, 사적인 생활에 대해 캐묻는 등의 절차는 일반적인 채용 과정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예외적인 절차였고, 이러한 예외적인 채용절차를 유독 래니에게만 적용한 것은 래니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래니에 대한 고용상의 차별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진평연의 ‘비판적 검토’에 실린 주교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다거나, 교리의 준수 여부는 성직자에게 맡겨야 한다거나, 혼외 성관계를 이유로 한 채용 배제는 차별이 아니라거나 하는 주장은 이 사건 판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법원은 주교의 판단이 합리적이었는지, 판단이 교리에 맞는 것이었는지를 판단한 적이 없다. 심지어 래니의 선발 탈락 사유조차도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핵심적인 쟁점은 이미 정상적인 채용 절차를 마친 뒤에 교주가 따로 전화하고 면담하는 등 특별한 절차가 적용된 이유였다. 결국 ‘절차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영국 노동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그래도 내용은 옳았다’고 주장하는 모양새이다.

2) 프레임체크

한국의 종교단체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판결이 아니다.

진평연은 ‘정체성을 이유로 채용 절차를 달리하면 안 된다.’는 판결에 대하여, “역차별 조장법”이라는 주장했다. 그렇다면 기독교계의 입장은 특정 지방 사람이라는 이유로, 특정 인종이라는 이유로, 특정 성별이라는 이유로 불공정한 채용 절차를 운영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나아가, 한국의 종교시설 노동자의 지위는 대체로 매우 취약하다. 대부분 노조 설립이나 최저임금 등 어디에서나 보장되어야 할 최저기준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교회 바깥이었다면 이미 사용자가 형사처벌될 만한 노동법 위반 사항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 ‘봉사자’라는 이유로 법의 규율을 받지 않고 있다.

과연 래니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진다면 차별금지법상 ‘고용’분야의 차별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가? 법 적용의 첫 번째 관문인 ‘차별 금지법의 적용 영역’단계에서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교회의 고용 분야에서는 차별금지법상 종교단체의 예외에 관한 논의조차 하기 어렵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교회에도 고용-사용 관계가 존재한다’는 당연한 명제조차 관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속의 노동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한국 종교단체들이 과연 차별금지법이 등장한다고 하여 대단한 규율을 받게 될 것인지, 이를 ‘역차별 조장법’이라며 호들갑 떨 일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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